강철보다 10배는 세다. 반면 철보다 4배 가볍다. 일명 ‘꿈의 신소재’. 산업계에서는 이를 CFRP(탄소섬유복합소재)라고 부른다. 항공기, 자동차, 선박 등 경량화가 필요한 대형 기계에도 쓰이지만 의료·IT·스포츠용품 등 소비재에도 확산 적용되는 추세다. 세계 시장 규모는 약 21조원(2015년 기준)으로, 2020년 42조원 규모를 바라보는 미래 유망 소재다.
하지만 다 쓴 ‘CFRP’는 어떻게 될까. 땅에 묻거나 태워버리는 게 일반적이다. 문제는 CFRP가 썩지 않는다는 것이다. 환경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는 소리다. 이 때문에 유럽에서는 ‘매립’을 법으로 금지하고 있다. ‘고온소각’도 마찬가지다. 열처리로 독성 물질이 배출된다. 그래도 ‘고온소각’은 탄소섬유를 리사이클(재활용)할 수 있어 그럭저럭 쓰이는 방식이다.
이런 가운데 국내 한 중소기업이 친환경적이고 경제적인 CFRP 재활용 기술을 상용화하는 데 성공했다. 물을 활용하는 방식이다. 한국과학기술연구원(KIST)로부터 이전받은 기술을 살린 것이다. 하반기 중 본격적으로 양산에 들어갈 계획이다.
물을 용매로 재활용한 CFRP(탄소섬유복합소재, 사진 왼쪽)와 재활용 후 건조한 모습/사진제공=카텍에이치
물을 활용한 재활용 방식은 기존 ‘고온소각’ 대비 초기 투자비가 ’10분의 1′ 수준이다. 유지보수비는 더 경제적이다. 20년 기준으로 기존 대비 1/40로 낮아진다. 카텍에이치에 따르면 세계에서 가장 저렴한 CFRP 재활용 방식이다. 이뿐만이 아니다. ‘고온소각’이 CFRP 내의 ‘에폭시 수지’를 태워 탄소섬유만을 재활용한다면, 이 기술로는 탄소섬유 외 ‘에폭시 수지’도 함께 재활용할 수 있다. ‘일타쌍피’인 셈이다. ‘에폭시 수지’를 태우지 않고 따로 분해할 수 있어 가능한 것이다. ‘에폭시 수지’는 도료, 전자부품 기판 등에 다시 쓰면 된다. 원천기술은 ‘KIST 전북분원 복합소재기술연구소 탄소융합소재연구센터’ 고문주 박사팀이 개발했다. 물을 반응 용매로 하는 데다 저렴한 첨가제를 사용해 이목을 모았다. 100℃, 10 기압의 저에너지가 소요되는 것도 장점이다. 탄소섬유 회수율은 95% 이상에 달한다. 회수된 탄소섬유의 품질(물성 등)도 뛰어난 것으로 알려져 있다. 카텍에이치는 2017년 KIST로부터 이 기술을 이전받았다. 1년 6개월 동안 양산 장비를 제작하는 등 본격적인 상용화에 나섰다. 이 기술의 ‘사업화 가능성’이 뛰어나다고 진단한 것이다. 먼저 외산과 견주었을 때 경쟁력이 있어서다. 현재 독일 및 일본 등지 회사가 ‘고온소각’ 재활용을 활용 중이나 환경오염 위험과 전기료 부담에서 벗어나질 못했다. 또 다른 ‘화학적 리사이클 방식'(강산 및 초임계수 활용)의 대체제도 있지만, 처리 속도나 비용 면을 따졌을 때 상업화가 불투명하다. 친환경·고효율을 내세운 ‘국내 CFRP 재활용 기술’이 보급되면 국가 산업 경쟁력 제고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관련 업계는 바라보고 있다. 정진호 카텍에이치 대표는 “고가의 탄소섬유가 잘 활용되지 않고 버려지고 있다”면서 “산업 전반에 재활용 소재가 공급될 수 있도록 하겠다”고 했다. 이어 “중국 일본 미국 유럽 등 복합소재 시장 규모가 큰 해외도 공략할 계획”이라고 덧붙였다.